‘새벽기도’, 없어도 되는 거야?
[한국 교회 다름과 닮음-15] 새벽기도
‘새벽기도’. 한국 교회를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면서 그 어느 나라보다 신실한 신앙인들이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증명한 신앙의 현장이다. 새벽기도는 이제 한국 교회를 설명하는 고유명사가 됐고, 어쩌면 가장 먼저 꼽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단어이기도 하다.
새벽기도는 말 그대로 ‘새벽에 드리는 기도’. 새벽 5시, 새벽 미명. 모두가 잠들어 있는 그 시간, 한국 교회 성도들은 무겁게 덮쳐오는 잠기운을 뿌리쳤고, 푹신한 잠자리의 따뜻한 온기도 교회로 향하는 이들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새벽 어스름한 그 시간에 성도들은 하나님과 만났다. 신앙과 삶에 있어서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면면에도 새벽기도는 빠지는 법이 없었고, 어느 신앙인이든 그의 성공신화에는 어김없이 새벽기도가 등장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새벽기도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특새’로 불리는 ‘특별 새벽기도회’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교인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아니라, 교회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하루 참여 인원만 해도 1만여 명. 명성교회는 이 새벽기도를 발판으로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하게 됐다.
하지만 서구적 목회의 영향일까, 아니면 점차 복잡해져 가는 사회구조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교회에서 새벽기도가 모습을 감추고 있다. 서서히, 하나 둘, 그 자취를 감추는 교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야, 우리 교회는 새벽기도 없어. 우리 교회로 와.” 새벽기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친구에 대한 대답이었다. “뭐, 새벽기도가 없어? 진짜? 좋겠다….” 말끝을 흐리지만 은근히 부러운 눈치다.
여기서 궁금증에 시동이 걸린다. ‘새벽기도는 어느 교회든지 다 하는 건데, 어떻게 새벽기도를 안 할 수 있지?’ 그렇다. 새벽기도는 이미 한국 교회를 수식하는 단어가 된 지 오래지만 새벽기도가 없는 교회도 있다는 것. 이것이 지금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새벽기도에 대한 ‘법적인 규정이 없다’는 것도 예배의 범주에서 사라지게 하는 중요한 단초 중 하나다. 예장 합동총회가 발행한 헌법을 들여다보면 목회자와 성도들이 지켜야 할 ‘예배 모범’을 제시하고 있는데 ‘주일을 거룩히 지킬 것’에 대한 권고가 내용의 중심이다. ‘교회 예배 의식’과 ‘주일 예배회’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새벽기도를 드려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감리교단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리와 장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 [106] 제5조 은혜 받는 집회의 종류’에도 ‘공중예배’, ‘수요예배’, ‘속회’, ‘기도회’, ‘가정예배’, ‘사경회’, ‘부흥회’를 규정하고 있지만, 새벽기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대부분의 교단이 이와 유사하며, 새벽기도를 법적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20여 년 전부터 서서히 예배와 관련한 변화가 나타났다. 주일 저녁 7시 경 드려지던 저녁 예배를 오후 2~3시 경으로 당기는 교회들이 등장한 후 새벽기도 또한 서서히 교회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제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교인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심지어 한 명도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목회자들의 숨겨진 고백들이 뒤따라 흘러나왔다.
특히 이런 현상들은 농어촌보다는 도시 지역의 교회들에서, 그리고 샐러리맨들이 성도군을 형성하고 있는 교회들에서 쉽게 발견됐다. 목회자들은 안타까운 심정이었지만 새벽기도를 꺼리는 성도들이 증가하면서 새벽기도 또한 자연스레 사라져갔다.
이처럼 새벽기도는 한국 교회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지만 일부 교회들에서는 그 자취마저 찾기 힘든 지경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교회가 희망인 것은, 새벽을 깨우는 기도소리가 아직도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고, 사라지는 새벽기도를 안타까워하는 목회자들이 새벽기도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