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전문 사역자 양성 시급한 과제
■ 방콕포럼 결산 // MK 문제, 어렵더라도 함께 풀어가자
선교사 사역지 선정에 전략보다 자녀교육 우선순위
주말 한글학교, MK 1세대 네트워크 등 고무적 현상도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포럼에서는 선교사 자녀, MK(missionary Kid)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과거 방콕포럼이 늘 명확한 이슈와 결론을 도출하고 선교사들의 협력과 공감을 끌어냈다면 이번 포럼은 좀처럼 ‘쉬운 결론’을 찾을 수 없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방콕포럼에 참석한 한 선교사는 “선교사 자녀의 문제는 한국의 교육만큼이나 풀기 어려운 숙제”라며 “다양한 소리를 들었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MK사역 4반세기의 회고와 미래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일단 선교사들 즉, 부모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모아졌다. 자녀의 교육은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 포럼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방콕포럼 코디네이터 강대흥 선교사도 “부모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자녀들의 미래가 결정된다”며 어리석은 부모에 의해 자녀 교육도 선교도 망칠 수 있음을 우려한 바 있다.
2007년 한국선교연구원이 조사한 MK 자료를 토대로 ‘선교지 한국 MK교육의 현실과 사역적 필요’에 대해 발제한 훼이스아카데미 이훈 선교사는 “MK 양육에서 중요한 것으로 정체성 확립과 교육 환경,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과 교육비 등이 꼽힌다. 하지만 시급한 과제의 순위를 매겨보면 전문 사역자 양성이 가장 우선이며 교육비와 교육환경이 그 뒤를 잇는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교회가 운영하는 MK학교는 필리핀 마닐라 아카데미 한 곳이며 대부분 서구선교사가 세운 국제학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국제학교나 MK학교가 없는 지역에서는 현지인들과 같은 교육을 받으며문화적 충격을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문제는 서구중심의 MK학교가 사라지거나 사역자들이 줄어들 경우 누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느냐의 문제다.
최근 10년 사이 선교사 자녀수 증가는 눈에 띌 정도로 상승하고 있지만 여기에 따른 학교 설립은 전무한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많게는 40%의 한국 MK들이 있고, 필리핀에는 선교사 자녀 총 705명 가운데 36%가 한국 자녀들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등도 MK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MK사역자 수는 아직까지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2008년 조사 자료에서 MK전문 선교사는 168개국 1만9,413명 중 104명으로 0.8%라는 통계가 보고된 바 있다.
방콕포럼에 참여한 선교사들은 MK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로, 선교사들의 자녀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선교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과거와 달리 최근 파송되는 선교사들은 한국의 교육환경을 목격했고, 자녀교육 문제를 우선순위로 꼽고 있어 체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선교에 집중하지 못하고 심각한 경우 선교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음을 우려했다.
백인숙 선교사는 “학부모가 MK양육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초창기 선교사들에 비해 자녀교육에 지나치게 매이는 현상이 목격 된다”며 “선교지 선정에 있어서도 전략적인 측면보다 자녀교육의 문제가 더 우선되어 자칫 균형을 잃는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MK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어떤 것일까.
OMF선교회 안은숙 선교사는 우선 MK교육을 위해 부모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선교사는 “자녀의 성장과정에 있어 부모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며 “부모의 사회적 관계와 가치관, 생활양식 등이 모두 자녀에게 영향을 끼치며 부모 스스로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신감이 있어야 자녀양육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선교사는 부모교육을 위해 선교사 파송 전 선교훈련 프로그램에 부모교육을 삽합히는 것을 제안했다. 또 선교지 순회 부모교육을 실시해 자녀문제를 예방하고 원만히 풀어나가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타문화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전문 부모교육 상담 인력이 필요하고 주장했다.
안 선교사는 “기독교부모교육은 선택과정이 아니라 의무과정이다. 이는 선교사자녀의 부모교육의 목적이 하나님 안에서 부모-자녀 관계의 변화를 통한 하나님의 관계적 형상의 회복이고, 선교의 명령을 이루는 과정의 일환이기 때문”이라며 MK 문제 해결에 앞서 부모 교육에 대한 책임부터 강조했다.
필리핀 마닐라 아카데미 홍세기 교장도 “선교지에서 교사는 부모 이외에 자신의 삶을 나누고 공유할 또 다른 영적 스승”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대안도 나왔다. 백인숙 선교사는 “최근 들어 외국 대학에 입학하는 선교사 자녀들이 증가하면서 MK교육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전일제 학교는 아니지만 토요 한글학교 등이 보완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성장한 MK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상호 돌봄에 기여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상황으로 꼽았다.
이번 방콕포럼에서는 논의의 결과를 담은 선언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MK문제가 선언적 구호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하고도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 참석자들이 모두 공감한 것이다. 대신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책으로 묶어 출간하기로 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MK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교단체와 교단의 관심, 훈련 프로그램의 변화와 재정적 투자 등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부모교육과 함께 전문 사역자 양성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