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가나안 정복의 주역

2005-10-13     

권혁승교수<서울신대 구약학>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의 첫 과제는 인간이 쌓아올린 성벽이 아니라 요단강이라는 자연 장벽이었다. 가나안 정복 자체가 그러했듯이 요단강 문제도 여호와 전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곧 앞서 전쟁을 수행하시는 하나님과 믿음으로 그 뒤를 따르는 이스라엘의 순종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앞서 행하시는 하나님은 레위 제사장들이 멘 언약궤로 나타났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언약궤를 뒤따라갔다.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의 발이 요단강에 잠기자 물은 북쪽 약 25km 떨어진 아담 성읍 주변에서 일어나 한 곳에 쌓였다(수 3:15~16). 그렇게 물 흐름이 끊어지자, 이스라엘은 요단강을 마른 땅처럼 건널 수 있었다.


요단강을 마른 땅처럼 건넌 사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나안 정복은 하나님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두 가지 교훈을 가르쳐주셨다. 곧 이스라엘로 하여금 항상 여호와를 경외하는 신앙을 갖게 하신 것과(수 4:24)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와도 함께 하심을 보여주셨다(수 3:7, 4:14). 요단강 기적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가나안 땅에 살고 있던 다른 족속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끼쳤다(수 4:24, 5:1).


요단강을 기적적으로 건넌 사건과 관련하여 성경은 후손들을 위한 교육적 기능을 강조한다. 여호수아는 요단강 안에서 각 지파들이 하나씩 열두 개의 돌을 가져오게 했다(수 4:2-3). 그리고 그 돌을  기념비로 세웠다.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의 기념비였다. 후일에 후손들이 그 돌들이 무엇인가를 묻게 될 때, 가르치라는 것이다(수 4:21).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요단강 기적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는 다음 세대에게 이어져 신앙의 유산이 되었다. 


요단강 사건은 가나안 입국과 출애굽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홍해와 요단강을 하나님의 기적으로 건넌 것이다. 두 사건 모두는 하나님은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그 장벽을 기적으로 해결해주셨다(수 4:22-23). 둘째, 모세와 여호수아의 지도력이다. 요단강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가 모세와 동등한 지도자임을 확증시켜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가 백성들이 두려워해야 할 지도자가 되게 하셨다(수 4:14).  셋째, 두 사건 모두에 교육적 기능의 강조가 있다. 출애굽에서는 유월절(출 12:26-27), 그리고 가나안 입국에서는 요단강을 기적적으로 건넌 사건과 관련하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수 4:21-22).


여호수아서는 왜 출애굽과 가나안 입국의 유사성을 부각시키는 것일까? 출애굽이 이스라엘을 위한 구원의 시작이라면, 가나안 입국은 그 구원을 완결시키는 사건이다. 그러나 출애굽 후 이스라엘은 불순종으로 가나안 입국에 실패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수아의 새로운 영도력과 그를 따르는 순종의 신앙으로 가나안 정복을 이루는 주역이 됐다. 여호수아서는 그런 반전의 역사를 두 사건의 대비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