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증후군을 아세요?”
‘콩깍지 사랑’에 빠진 민서네
또래 친구들과 한참 재미나게 놀던 아이가 갑자기 쇼파에 앉아있는 엄마 아빠 곁으로 쪼르르 달려와 옆에 착 들러붙어 앉았다. 아빠와 엄마 사이에 쏙 비집고 들어와서는 아빠와 엄마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해맑게 웃는다. 놀다말고 달려와 자기들 틈으로 뛰어들어온 아이가 못내 사랑스러운 듯 아이를 쳐다보는 아빠와 엄마의 눈에도 역시 사랑이 그득하다.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다.
일곱 살 민서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알려진대로 ‘다운증후군’은 정상아보다 21번 염색체 하나가 더 많다. 아직까지도 특별히 밝혀진 원인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희망도 없다.
이정도 조건이라면 아이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절망의 끝을 걸을 법도 한데 오히려 민서네는 ‘행복증후군’으로 날마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민서네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충청도 홍성이다. 홍성읍내에서도 차를 타고 한참을 더 들어가야하니 시골 중에서도 시골인 셈. 그런데 이 시골에 살고 있는 민서의 부모 박성희·추둘란씨는 애초에 이곳 홍성 사람이 아니다.
이들 부부는 시골에 정착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애초부터 우리 가족이 귀농을 생각하고 이곳에 정착한 것은 아닙니다. 첫 아이인 민서가 태어나고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민서를 자연과 더불어 튼튼하게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이곳에 정착하게 된 거죠.”
원래 부부의 계획은 결혼 후 남편 박집사가 교사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살겠다는 그들의 소박한 꿈은 민서의 병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민서 엄마 추둘란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민서를 낳고 들어간 산후조리원에 혼자 누워서 ‘그러면 안됩니다. 우리가 큰 욕심을 낸 것도 아니고 시골학교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살겠다는 건데 이렇게 불행을 주셨으니 우리는 이제 어떡하라구요. 왜 하필 저인가요?’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어요.”
그러나 민서가 박성희·추둘란 부부 가정을 위해 하나님이 계획한 축복의 선물이었음을 알게되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민서가 태어났을 때는 우리 가정에는 이제 평생 불행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민서의 장애가 그만큼 큰 산처럼 느껴졌던 거지요. 하지만 고통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민서의 장애가 행복의 시작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을 믿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남편이 교회에 출석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하더군요. 신앙생활에 나태했던 저도 하나님 안에서 다시 신앙을 회복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민서가 없었다면 감히 상상치도 못했을 법한 일이죠. 고통의 이유라고 생각했던 민서가 우리에게는 하나님 앞으로 인도해준 감사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우리 민서 웃는 얼굴 보셨나요? 얼마나 이쁜데요. 우리 민서가 ‘빠이빠이’하며 손을 흔들고 웃으면 목사님도 사모님도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 심지어 민서를 모르는 사람들도 얼굴에 함박웃음 꽃이 펴요.”라며 엄마 추둘란씨가 민서자랑을 늘어놓자 민서 아빠도 맞다는 듯 함께 활짝 웃는다. 이들 부부의 얼굴에서는 어두움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만약 민서가 다운증후군이 아닌 정상아로 태어났다면 이 부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보다 더 성공해 좋은 자동차에 주말이면 온 가족이 즐거운 여행을 보내는 것을 삶의 목표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민서네는 민서의 느리게 자라는 몸짓 하나에도 기뻐하며 민서만이 지을 수 있는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