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역대급 성적을 올렸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가 출전하지 못해, 대신 양궁경기를 빠짐없이 지켜봤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여자단체전은 10연패, 남자 단체전은 3연패를 이루면서 5종목 전체를 석권했으니 말이다. 물론 다른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준비해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함으로써, 온 국민으로 하여금 사상 초유의 무더위를 그나마 잊게 해주었다. 기쁨을 선사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양궁경기를 보면서 몇 가지를 알게 됐다. 첫째는 공정하고 엄격한 선수 선발 과정이다. 얼마나 치열한지, 선발 과정이 국제 경기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는 학연, 지연이 발을 붙일 틈이 없다. 올림픽 입상 경력도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여자선수 3명은 모두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다. 인재의 발굴과 등용의 기준이 학연, 지연 중심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둘째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이다. KBS의 다큐 프로그램을 보니, 로봇 궁사까지 동원해가며 선수들을 과학적으로 훈련시킨다. 심지어 파리의 양궁경기장과 비슷한 지리적 환경과 위치에 똑같은 경기장까지 마련해서... 셋째는 유소년 꿈나무를 발굴하여 육성한다. 고가의 장비를 청소년들에게 보급하고 경기를 열어줌으로써 저변을 확대해오고 있다. 넷째는 후원기업이나 협회는 지원만 할 뿐 팀 운영에 간섭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스템을 계속 지켜나간다면 우리나라 양궁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겠다. 다음 세대를 염려하는 우리 교회가 숙고해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의 신앙생활을 ‘경주’, ‘선한 싸움’에 비유한다.(딤후 4:7-8) 이는 찬송가 360장에도 잘 그려져 있다. 행군나팔 소리에 주의 호령 났으니 십자가의 군기를 높이 들고 나가세 / 달려갈 길 다 가고 싸움 모두 마친 후 주와 함께 기쁨을 용사들아 누리세 / 선한 싸움 다 싸우고 의의 면류관 의의 면류관 받아 쓰리라 / 선한 싸움 다 싸우고 의의 면류관 예루살렘 성에서 / 면류관 면류관 저 요단강 건너 / 우리 싸움 마치는 날 의의 면류관 예루살렘 성에서
범사에 감사하려면 감사 근육을 길러라!
그런데 경주에서는 근육(筋肉)이 매우 중요하다. 올림픽의 승패는 선수의 근육이 얼마나 강하냐에 달려 있다. 버티는 힘, 밀어붙이는 힘, 당기는 힘, 뛰어오르는 힘, 달리는 힘은 모두 근육에서 나온다. 근육은 뼈와 뼈 사이에 있는 힘줄과 살을 가리키는데, 뼈가 아무리 튼튼해도 근육이 약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신앙생활에도 뼈와 함께 근육이 필요하다. 뼈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신앙이라면, 근육은 그분의 가르침을 삶으로 구현하는 신앙생활이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근육이 약해져서다. 근육을 기르려면 반복적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연습 없이 근육의 힘은 생기지 않는다. 신앙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는 그중 하나로 ‘감사행전(感謝行傳)’을 추천한다. 감사행전이란 하나님과 이웃들로부터 받은 은혜에 감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이다. 특히 감사일기 쓰기는 감사 근육을 기르는 효과적인 연습방법이다. 감사일기를 꾸준히 써나감으로써 우리는 감사를 알고, 감사거리를 찾고, 감사를 기억하고, 감사를 갚고, 감사를 베풀 수 있게 된다.
감사일기는 연필이 아니라 사색(思索)과 성찰(省察)로 쓴다. 깊은 사색과 성찰 없이 단지 내가 얻은 것만 기록한다면 초등학생의 그림 일기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일기는 아무리 반복해도 감사의 근육은 자라지 않는다. 나는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살전 5:18)이 ‘이유 없이, 따지지 말고 감사하라’는 뜻이라고 보지 않는다. 나는 우리 자식들이 부모인 우리에게 ‘무조건’ 감사하기보다는 무엇이 감사한지를 바로 알고 고마워했으면 좋겠다. 주님도 그러하실 것이다. 시편 등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일일이 열거하며 주님을 찬양하고 감사했지 무조건 감사하지 않았다. ’무조건 감사‘는 ’근거있는 불만‘을 만나면 쉽게 무너질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깊고 넓은 사색을 통해 감사할 이유를 찾아나가는 게 감사 근육을 기르는 좋은 운동이다.
경기도 광주 태봉교회는 주일예배 때마다 한 사람씩 감사 간증을 해오고 있다. 이 교회 김수원 목사님은 이렇게 감사하라고 권한다. “좀 더디더라도 ’이래도 감사‘, ’저래도 감사‘보다는 ’이래서 감사‘, ’저래서 감사‘라고 이유 있는 감사를 드리자.” 이런 감사가 쌓여야 신앙의 근육, 감사의 근육이 강해진다. 그래야 범사에 감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의의 면류관을 받아 쓰게 된다. 감사일기 쓰기는 사색과 성찰을 통해 감사의 근거와 이유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신앙 근육 기르기 연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