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외교부에서 한국위기관리재단으로 협조 공문이 하나 도착했다. 들여다보니 11월 말로 예정된 모 선교단체의 대규모 선교대회 개최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이다. 왜 종교활동에까지 외교부가 관여를 하는가 싶다가 장소를 보고 아차 싶었다. 해당 단체는 멕시코의 치아파스주에서 일주일간 수천 명 규모의 행사를 열겠다고 떡하니 공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아파스주는 치안이 불안하기로 악명 높은 멕시코 내에서도 특히나 불안정하기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외교부 공문의 내용을 그대로 빌려 쓰자면 ‘빈곤율이 높고 납치, 마약 유통, 무기 밀매 등 카르텔 이권을 둘러싼 유혈 충돌이 상시 발생하는 위험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부터 멕시코 최대 규모 카르텔이 이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산악지형과 미개발 지역이 주를 이루고 있어 치안 당국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대다수다. 이런 곳에서 일주일간 수천 명 규모의 선교대회를 열겠다니 안전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심각하게 우려되는 수준이다. 한 해가 멀다 하고 대규모 참사가 벌어지는데도 화재 경보음이 울리면 누구도 엉덩이를 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방학을 맞아 단기선교 봉사를 갔다가 안전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고 들려온다.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사건도 적지 않고 돌이키기 힘든 부상을 당하거나 현행법에 저촉돼 구류를 당한 사례도 있다.
이제는 안전불감증이라는 잠에서 깨어날 때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단기 선교팀이 출발하기 전 반드시 ‘안전 예방 및 대응 교육’을 받을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기본만 지켜도 대부분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중한 생명과 자산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요 현지에서 선교의 길을 막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예방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