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거점으로 교리 체계화, 구원파 인재 양성 등 시도
1985년 성화신학교 통일교에 매각 후 ‘종합대’ 발돋움
대신총회 기반 안양대는 대순진리회 성주파에서 인수
“기독교정신에 입각하여 인격의 완성과 학술을 연마하고 진리를 탐구하여 국가와 인류문화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한다.”
경북 소재 김천대학교가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설립이념 내용 중 일부이다. 김천대는 예장 통합총회 소속의 신흥학원 설립자 고 강신경 목사(1929~2019)가 1978년 설립한 김천실업전문대학교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2019년 강 목사가 90세를 일기로 별세한 지 만 5년. 안타깝게도 김천대가 이단에 넘어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인수자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규정하고 있는 구원파 계열 ‘기쁜소식선교회’였다. 기쁜소식선교회 대표는 구원파의 중심인물 박옥수 씨로 예장 고신, 합동, 통합, 합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이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독교 건학이념에 따라 설립된 김천대는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어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기로 하고, 새 이사진이 기쁜소식선교회 관련 인사들로 채워지도록 의결했다. 지난 1일에는 교육부 승인에 따라 서류상 이사 등기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김천대는 정통 기독교 사학이 아닌 구원파가 운영하는 대학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기쁜소식선교회는 왜 굳이 기독교 대학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김천대 경영 위기가 시발점
김천대가 기쁜소식선교회에 학교를 넘기게 된 핵심 배경은 학교의 재정 건강성 악화에 있었다. 재학생 규모 약 3천명의 김천대는 2016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으면서 폐교 위기에 내몰릴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천지역에 기반을 닦고 있는 기쁜소식선교회와 접촉이 시도됐다. 학교의 인수 의향을 타진했고, 강성애 이사장 등 핵심 관계자들은 결국 학교를 구원파에 넘기고 말았다. 강 이사장은 강신경 목사의 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쁜소식선교회는 김천대에 약 2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함께 구원파 계열 중고교생들에게 입학을 독려해 대규모 학생 모집을 약속했다.
김천시장로연합회와 김천시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10~11일 긴급회의를 열어 구원파 확장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김천대와 강성애 이사장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포교거점 마련 의도?
기쁜소식선교회가 김천대를 인수하게 된 중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포교 활성화, 둘째는 구원파 청소년기관의 확장, 셋째는 구원파 교리의 국내외 학술 토대 마련 등이다. 김천대는 교목실을 중심으로 매주 목회자를 초청해 채플을 드려왔고 특수대학원 내 신학과 석사과정을 운영해온 엄연한 기독교 대학이다. 종교교육이 가능하도록 한 설립이념을 이어받아 구원파의 교리를 가르치고 예식을 드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단전문매체 현대종교 이사장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는 “기독교 교세가 약한 영남지역에서 기독교 건학이념을 가진 일반 종합대가 많지 않다. 김천대가 기독교 대학으로 가지고 있는 위상을 고려해 구원파가 인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쁜소식선교회는 유관단체 IYF(사단법인 국제청소년연합)를 앞세워 전국의 대학에서 활발하게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도 김천대의 활용 가능성도 전망해 볼 수 있다. 또 미국에서 마하나임대학교(Mahanaim University)을 운영했던 경험과 기반 등을 김천대에 접목하려는 시도 역시 예측할 수 있다.
백석대학교 이경직 교수는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대학을 인수하면서 이단이 아닌 정당한 기독교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일종의 이미지 쇄신을 고려하는 것 같다”면서 “구원파가 김천대를 인수하면서 설립자의 명예가 훼손되었고, 학교 구성원들에게 무책임한 결과가 초래됐다.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2의 김천대 막아야 한다
주목해볼 만한 것은 김천대에 앞서 이미 2년 전 예장 대신총회가 운영하던 안양대학교가 신흥종교라고 할 수 있는 대순진리회 한 분파에 매각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이다. 더 멀리는 예수교대한감리회가 1985년 문교부 허가를 받은 ‘성화신학교’를 통일교에 넘기면서 현재 4년제 종합대학인 선문대학교를 설립하게 된 뼈아픈 역사도 있다. 당시 정부의 학교설립 인가를 받지 못했던 통일교는 성화신학교 인수로 종합대학교 설립의 꿈을 이루게 됐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 통일교 신학과 교리를 알리고 통일교 인재를 양성하는 교세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대한신학교를 모태로 설립된 안양대 역시 기독교 건학이념을 가진 교육기관이었지만 이제는 대순진리회(성주파)의 교육정신을 구현하는 대학으로 바뀌고 말았다.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 사무총장 이영선 목사는 “통일교는 선문대를 통해 자신들을 알리고 통일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왔다. 통일교 채플을 통해 자신들의 교리를 전파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면서 여러 이단들이 통일교의 선례를 따르고 있음을 우려했다. 문제는 학령인구가 계속 줄면서 지방 대학의 경우 모집정원보다 입학정원이 적어진 곳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제2의 김천대, 안양대와 같은 사태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이경직 교수는 “앞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경영 위기 속에서 출구전략을 발견해낸 대학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탁지일 교수 역시 “학교를 이단에 매각하는 것은 신사참배를 해서라도 교회를 지키겠다고 하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면서 “기독교 학교와 교회, 단체라면 신앙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한다”고 김천대 매각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