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고 “혼자 살아 뭐해…”
아내가 돌아가시자 혼자가 된 할아버지(82세)는 아내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자살 시도를 했다. 가족들에게 발견되어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중환자실에서 보름 만에 퇴원하며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아내와 둘이 살면서 오직 아내만을 사랑하고 살았다는 할아버지는 “혼자 살아 뭐하나” 싶은 마음에 낙심과 절망감에 정말 아내를 따라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웰다잉 집단 상담프로그램에서 만났던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고개도 들지 않았다. 말씀도 거의 하지 않고 많이 우울해 보였다. 그러나 점차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에게 혼자 집에만 계시지 말고 산책도 하시고 운동도 좀 하시라고 말씀드리자 “사람들 부끄러워서 얼굴 들고 나갈 수가 없어…아내 먼저 보내고 내가 무슨 낯으로 운동을 할수가 있나. 나만 살겠다고…”라고 하시며 눈물을 닦으신다.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도 잘 지내고 계시는지 가끔 확인차 문자를 드린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시며 감사하다고 답장을 하신다.
위 사례의 어르신처럼 사별 후 혼자 된 어르신은 자살 가능성이 있는 위험군으로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요구된다. 또 과거에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위험군이다.
자살은 예방이 중요하다. 자살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주위 사람 중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만성질환, 치매, 극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가정불화 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상황적 신호를 주의하여 보라. 혹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거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하는 사람, 자기 신체에 무관심해서 이발이나 수염을 하지 않는 사람,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사람, 사는 게 너무 힘들다며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등 언어적 신호와 행동적 신호를 주의하여 볼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1인 가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자녀들은 모두 출가했고 부부만 살다가 노년에 한 명이 먼저 돌아가시게 된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고 해도 한날 한시에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개 아내와 사별 후 남게 된 할아버지의 경우이다. 노후에 남자들은 아내를 많이 의지하며 살게 되고 점점 사회적인 관계들이 축소되는데 아내가 돌아가시면 혼자 견디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언젠가는 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 독립적인 의지를 가지고 생활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사별 후 혼자 남게 된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가족들이라면 자주 전화도 드리고 식사는 잘 하고 계신지 자주 찾아뵙고 챙겨드려야 한다. 교회에서도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이런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 세상만 바라보면 노년에 이르러 질병과 외로움과 빈곤으로 힘들기만 하고 아무 소망이 없지만, 오히려 천국 소망을 가지고 아름다운 이생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웰다잉’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