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 교수와 전북 고창군 흥덕에 갔을 때의 일이다. 거기서 김 교수는 아끼는 제자 송 목사에게 전화를 하니, 그가 달려왔다. 우리는 그가 담임한 교회 신축공사장에 가서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본당 자리에 둘러서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공사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는 백석대학교 선교학과 졸업생이다. 그는 재학 시절에 나이 많은 학생으로, 학업에 매우 열중하였다. 나는 그 무렵에 백석대학교에 강사로 가서 선교학과와 신학과 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강의했다. 송 목사는 그 때 내 강의를 들은 학생인데, 과대표로 강의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던 ‘노(老)학생’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그에게 담임하고 있는 교회의 형편을 묻고, 목회에 성공하기까지 겪은 일들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였다. 그는 고향인 군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였다. 그는 여러 가지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파는 장사를 하여 어머니를 봉양했다. 나이가 좀 든 뒤에는 전기와 설비 기술을 익혀 건설 현장에 가서 열심히 일하였다.
그는 20세에 아는 사람의 전도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새벽기도 중에 “너는 공부를 더 하여라.”라는 음성을 들었다. 그러나 몹시 가난하였던 그는 그 말씀을 무시하고, 먹고 살기 위해 일을 계속하였다. 군에서 제대한 뒤에는 서울에 있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며 교회에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심신이 몹시 피곤하여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폐결핵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객지 생활에, 당시에 불치병으로 여기던 폐결핵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에 빠졌다. 그는 약을 먹으며 기도하는 길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더욱 열심히 기도하였다.
그 무렵에 그가 다니는 교회의 처녀 전도사가 그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처음에는 중졸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신학대학을 졸업한 전도사와 결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그러나 서로의 진심이 통하여 어른들의 허락을 얻어 29세에 결혼하였다. 신혼에 투병하는 일이 쉽지 않았으나, 굳은 의지와 믿음으로 이겨냈다.
어느 날, 기도하는 중에 “왜 공부하라는 내 말을 따르지 않느냐? 더 공부해라!”라는 강한 음성을 들었다. 그는 그 말씀을 따르기로 하고, 36세가 되던 해 1월에 노량진의 고입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했다. 전에 배운 것은 다 잊어버렸고, 정신 집중도 잘 안 되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공부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되는 3월에 고입검정시험에 합격하고, 그해 8월에 대입검정시험에 합격하였다. 그래서 37세에 백석대학교 선교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그는 한 시 반 때도 놀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였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부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그가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은 부인의 기도와 도움이 큰 몫을 하였다. 그는 대학원을 마치고 전도사로 일한 뒤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14년 전에 교인이 열세 명인 ‘흥덕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하였다.
그 교회의 교인과 지역 주민은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그는 교회 승합차로 동네 어른을 태워다드리며, 사는 형편과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를 묻곤 하였다. 어른들 중에는 수도가 잘 나오지 않아서, 전등·TV·냉장고·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이 고장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 계셨다. 그는 이런 말을 듣는 즉시 달려가서, 청년 시절에 익힌 설비와 전기 기술을 발휘하여 무료로 수리해 드렸다. 이런 일이 알려지자 이웃동네 어른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그를 불렀다. 이렇게 하는 동안 어른들과 친해지면서 조심스럽게 전도하게 됐다.
그러는 동안에 그 동네는 물론 이웃동네의 어른들이 한 분 두 분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 사는 그 분들의 자녀가 흥덕교회로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교인이 130여 명이 되었다. 교인이 늘고 보니, 교회를 신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교인들과 뜻을 모아 신축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시골교회에서 목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투철한 신앙심, 늦깎이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해 쌓은 실력이 바탕이 되었다. 그 위에 장사를 한 경험, 전에 익힌 전기와 설비의 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라 생각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그를 시골교회 목회에 적합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목회자로 키우려는 장기 계획에 의한 것이리라. 하나님의 깊은 뜻과 섭리는 사람이 헤아리기 어렵다.